한국어와 영어에서 문장부호 쓰임의 차이
(2016년 11월 1일. 제목을 수정하였습니다. 원래 제목은 ‘한글과 영어에서…’ 였는데, ‘한국어와 영어에서…’로 바꿨습니다.)
(2015년 3월 31일.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하였습니다. 국립국어원의 문장부호 규정이 조금 바뀌었는데, 물결표 대신에 줄표, 낫표와 화살괄호 대신에 따옴표를 허락합니다. 컴퓨터 자판에서 입력이 어려운 문장 부호 대신 입력이 쉬운 문장 부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
한국인이지만 한글로 글쓰기에 대한 지식은 아주 부족하다. 반면에, 영어로는 논문을 쓰다 보니, 여러 가지 글쓰기와 관련된 책과 자료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영어로 글을 쓰다보면, 문장부호(punctuation)의 용법을 익히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한글로 글을 쓰다 보면 문장부호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아서, 이 글에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영어에서 문장부호의 용법을 익히기에는 ‘The Associated Press Guide To Punctuation‘이라는 괜찮은 책이 있다. 한글에서 문장부호의 용법을 설명한 책은 아직 읽어 보지 못했다.
우선 이 글에서는 국립국어원의 한글 맞춤법 웹페이지를 참고하였고, 영어에서 문장부호의 용법은 관련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참고하였다. 국립국어원의 문장부호 사용에 대한 설명이 제한적이라 더 많은 참고문헌이 필요함을 느낀다.
한가지 염두에 둘 것은 문장부호도 언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용법이 변한다는 것, 그리고 글쓰는 사람의 성향과 쓰는 의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장 부호의 명칭
다른 문장 부호에 비해서 흔히 ‘dash’라고 불리는 것은 사용법이 조금 복잡하다. 길이에 따라서 이름과 용법이 달라진다.
생김새 | 한글 이름 | 영어 이름 | TeX 입력 | HTML 입력 |
---|---|---|---|---|
– | 하이픈(?) | hyphen or minus sign | - |
|
– | 붙임표 | en-dash | -- |
– |
— | 줄표 | em-dash | --- |
— |
물결표 | swung dash | $\sim$ |
다른 편집기에서 입력하는 방법은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참고하자. Microsoft Word에서 입력하는 방법도 있다.
한글에서는 하이픈을 사용할 일은 수식에서 혹은 전화번호를 입력할 때 말고는 없을 듯 하다. 하이픈이라고 불리는 가장 짧은 dash는 용법에 따라 figure dash, hyphen, 혹은 minus sign이라고 불린다.
1. 문장 안에서 다른 설명을 끼워 넣을 때
한글과 영어에서 같은 부호를 쓴다. 한글에서는 ‘줄표’라고 하고, 영어에서는 ’em-dash’라고 하는 —와 같은 부호를 사용한다.
예) 그 신동은 네 살에 — 보통 아이 같으면 천자문도 모를 나이에 — 벌써 시를 지었다.
예) Since 2007, the consensus of the economic establishment—bankers, policymakers, CEOs, stock analysts, pundits—has been catastrophically wrong.
한글에서는 줄표 좌우로 공백이 있지만, 영어에서는 공백이 없다는 것을 주의하자. 하지만, 웹 문서에서는 영어에서도 좌우로 공백을 쓰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는 듯 하다. 추측컨데, 입력방식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LaTeX으로 위의 예제 문서를 쓰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입력한다.
HTML으로 웹 문서를 쓰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입력한다.
HTML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공백을 넣어서 쓰는 것이 코드를 읽기에 더 편리하다.
2. 구간을 나타낼 때
우선 영어에서는 ‘en-dash’라고 하는 –와 같은 부호를 사용한다.
예)
- June–July 1967
- 1:00–2:00 p.m.
- For ages 3–5
- pp. 38–55
- President Jimmy Carter (1977–81)
한글에서는 ‘물결표'(~)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임표'(–)를 허용한다.
예)
- 9월 15일~9월 25일
- 김정희(1786~1856)
- 서울~천안 정도는 출퇴근이 가능하다.
- 이번 시험의 범위는 3~78쪽입니다.
3. 부연설명을 위한 묶음표사용
‘묶음표’, 혹은 ‘bracket’이라고 하는 부호는 ( ) { } [ ]처럼 생겼다. 가장 많이 쓰는 ( )는 ‘소괄호’ 혹은 ‘parentheses’라고 부른다. 용법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나, 역시 좌우에 공백의 유무에 차이가 있다.
예)
- 커피(coffee)는 기호 식품이다.
- 3·1 운동(1919)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 ‘무정(無情)’은 춘원(6·25 때 납북)의 작품이다.
- 니체(독일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예)
- The English (it must be owned) are rather a foul-mouthed nation.
- My very photogenic mother died in a freak accident (picnic, lightning) when I was three.
좌우 공백의 유무는 ‘은’, ‘는’과 같은 조사의 사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두번째 한글 예제에서와 같이 조사가 함께 사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한글에서 공백은 없다.
4.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할 때
한글에서는 ‘드러냄표’ 혹은 ‘밑줄’을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작은따옴표’의 사용도 허락한다.
예)
위의 예에서 보듯이 드러냄표는 일반 컴퓨터 자판에서 사용하기가 어려워 그림파일로 처리되어 있다. 영어에서 드러냄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고 추측한다.
영어에서는 italics(이탤릭체)를 주로 사용하며, 때에 따라서 boldface(굵은 글씨체), underline(밑줄)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single quotation mark(작은 따옴표) 혹은 double quotation mark(큰 따옴표)를 사용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잘못된 용법이라고 한다.
예) The book Le Petit Prince is considered to be poétique et philosophique in French literary culture.
웹페이지에서는 가독성을 이유로 굵은 글씨체가 더 권장되는 듯 하다.
예) The book Le Petit Prince is considered to be poétique et philosophique in French literary culture.
한글은 기본적으로 이탤릭체가 없다. 예쁘지도 않으며 읽기도 힘들다.
5. 따옴표 / quotation marks
- 큰 따옴표 / double quotation mark / “
- 작은 따옴표 / single quotation mark / ‘
한글과 영어에서 공통적으로 다른 이가 말한 것을 나타낼 때 큰 따옴표(double quotation mark)를 사용하며, 다른 이가 말한 것 속에 다시 또 다른 이가 말한 것이 있으면 작은 따옴표(single quotation mark)를 사용한다.
예) “여러분! 침착해야 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예) “Hal said, ‘Good morning, Dave,'” recalled Frank.
영어에서 quotation mark를 사용할 때 주의 할 점이 있다. 이 문장부호가 irony(반어)를 나타낼 때 쓰인 다는 것이다. 그래서 quotation mark를 한글에서와 같이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다가 뜻이 잘 못 전달 될 수도 있다. (한글에서는 작은 따옴표를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지만, 큰 따옴표를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옳은 사용법은 아닌 듯 하다.)
예) He shared his “wisdom” with me.
위의 예에서 그 사람이 나와 나눈것은 별로 지혜롭다고 불리울 만 한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런 용법을 scare quotes라고 하며, 일반 대화에서는 양손의 집게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펴서 표현하기도 한다 — ‘air quotes’라고 부른다.
6. 책 제목, 예술 작품의 제목, 법률, 규정 등
한글에서는 조금 복잡하다.
- 책의 제목이나 신문 이름 등을 나타낼 때: 겹낫표(『 』)와 겹화살괄호(≪ ≫) (큰 따옴표를 허용한다.)
- 『훈민정음』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한성순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신문이다.
- 소제목, 그림이나 노래와 같은 예술 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 홑낫표(「 」)와 홑화살괄호(< >) (작은 따옴표를 허용한다.)
- 사무실 밖에 「해와 달」이라고 쓴 간판을 달았다.
- <한강>은 사진집 ≪아름다운 땅≫에 실린 작품이다.
- My favorite Star Trek episode is “The Trouble with Tribbles.”
- We used to watch reruns of Gilligan’s Island.
7. 쌍점(colon)과 쌍반점(semicolon)
- 쌍점 / colon / :
- 쌍반점 / semicolon / ;
‘반쌍점’이 아니라 ‘쌍반점’임을 유념하자.
영어에서는 colon과 semicolon을 활발히 사용한다. 주로 구절과 구절, 문장과 문장, 혹은 문장과 구절을 나누거나 연결할 경우에 사용한다.
예)
- I have three sisters: Daphne, Rose, and Suzanne.
- Bob could not speak: He was drunk.
- She saw three men: Jamie, who came from New Zealand; John, the milkman’s son; and George, a gaunt kind of man.
- She stood at the edge, but then decided otherwise; she walked home.
위의 예에서 보듯 colon과 semicolon을 혼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한글에서는 쌍점의 사용은 시간(11:15)등을 나타낼 때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쌍반점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계속 수정, 추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잘못된 점이나 추가할 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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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박사 2년째 채워가고 있는데 아직도 논문쓰다보면 헷갈리는게 있네요. 많은 도움이 되었고, 추가되는 부분들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문장이 길어질 때에는 쉼표(comma) 사용도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예를 들면, 논문을 cite 할 때에 논문 제목이 큰 따옴표 안에 들어가 있으면 큰 따옴표를 닫기 전에 쉼표를 사용하는 것도 익숙치 않았구요. 또 다른 예를 들면 문장 앞에 시작하는 Thus 다음에 comma를 사용하는지 아닌지도 헷갈렸었구요. 추가되는 내용에는 그런 것들도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논문 쓸 때에 가장 어려운 것은 관사의 사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어를 단수로 사용할지 복수로 사용할지도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아래의 사이트가 관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http://anathe.herokuapp.com
https://anathe.org
로 URL이 바뀌었네요.
잊지 않고 업데이트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한 번 개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http://anathe.herokuapp.com 도 되도록 고쳤고, https://www.anathe.org 가 정식 URL 입니다. https://anathe.org 는 redirecting이 제대로 안되네요. :(
저도 영어로 논문을 쓰다보니 종종 한글 표기법이랑 많이 헛갈립니다.
잘 배워갑니다 :)
글 재밌게 잘 읽고있습니다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한글에서 구간 표시의 경우 ‘~(물결표시)’ 가 ‘-(붙임표)’ 로 이번에 개정되었다고 합니다.
더 많은 내용은
http://www.korean.go.kr/09_new/notice/korean_view.jsp?idx=431
에서 확인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보내주신 링크는 공청회 공지사항인데,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 아마도 같을 것 같습니다만 — 어디에서 찾아봐야 하는지 굉장히 찾아 보기가 어렵네요. 아무튼, 이 글을 수정해야 할 것 같네요.
번역 작업을 하면서 알아봐야 하는 내용이었는데,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은 지적하나 하자면, 제목에서요. ‘한글’에 대응하는 건 ‘알파벳’이고, ‘영어’에 대응하는 건 ‘한국어’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제목이 뭔가 잘 안 맞는 건 사실이네요.
언어: 한국어, 영어
표기하는 글자: 한글, 알파벳 (조금 더 정확히는 라틴문자)
‘한글’이 Written Language의 의미도 가지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아닌가 보네요. ‘한국어’이라고 하면 Spoken Language의 의미가 강해서 제목을 ‘한글과 영어에서…’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의미가 조금 애매하네요. 사실 ‘한국어’보다는 저는 ‘우리말’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데요, ‘우리말’이라고 하면 직접적으로 Spoken Language를 뜻하니까 더 이상하네요. ‘우리글’이라고 하려니 ‘한글’과 뜻이 같은 것으로 나오네요. 그냥 한국어라고 해야겠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혹시 사람이름에는 붙이는게 따로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