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첫 학기가 끝났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강의를 시작한지 이제 한학기가 지났습니다. 제가 가르친 대학원 과목 수강생들 기말 시험 답안을 채점하고 성적을 내서 오늘 제출했습니다. 미국에서 20년 동안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카이스트에서 강의하면서 한 학기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미국에서 전혀 느낄 수 없던 감정들을 느낍니다. 사실 2년 전에 연구년으로 카이스트에서 방문 했을 때도 강의 했었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지금 처럼 자유롭게 얼굴을 마주보며 학생들과 소통할 수 없어서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제 수업을 들은 학생들 모두가 이뻐보입니다. 학생이 못 하면 제가 강의를 잘 못 한 탓인 것 같고, 학생이 잘하면 더 큰 자극을 주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입니다. 미국에서 강의 할 때는 학생이 못 하면 그건 그저 학생 탓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에 대한 생각이 좀 다릅니다. 학생들 하나 하나에 애정이 생깁니다.

운이 좋게도, 이번 학기에 오자마자 열정적인 학생 세 명을 석사과정으로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존에 카이스트에 있던 박사과정 학생 두 명을 공동지도교수로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이랑 교류하면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아주 큰 기쁨이었습니다. 미국에서와 달리, 아주 작은 제스쳐에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아주 섬세한 신호도 작은 제스쳐를 통해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했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저는 제 학생들과 공부와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제가 기대하지 못 했던 부분에서 학생들이 큰 성장을 이루어 저를 놀라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제가 제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학생에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부분에서 학생들은 보란듯이 성장해 냈습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 부분들은 제가 채워나가야 할 몫으로 보입니다.

아직 한국에 돌아와서 허니문 기간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지난 학기 동안 아주 행복한 교수 생활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에서 학생을 지도하면서 애정이 없었던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한국에 와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차원이 다르네요. 저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많이 듭니다.

한국에 와서 학생들에게 과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3 석사 + 2 박사 공동지도에 이어 내년에는 석사 과정 신입생 2명을 더 지도하기로 하였고, 이번 겨울 동안 두명의 학부생과 함께 연구가 어떤것인지 함께 느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학생들을 잘 지도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끼면서, 이 학생들에게서 제가 어떤 자극을 받을 수 있을런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흥분 됩니다. 허니문 기간이 지나더라도 이 충족감이 지속될 수 있기를, 그리고 제 책임감도 그에 맞춰 커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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