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지도교수님 이야기
4년전,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뒤를 돌아보니,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 때 후회했던 점에 지금의 몇가지 생각을 덧붙여 이 글을 쓴다. 일전에 썼던 “박사과정 학생이 유의해야 하는 점“이라는 글이 본격적으로 조언을 하고자 하는 글이라고 하면, 이 글은 좀 더, 그래, 수필의 성격이라고 해두자.
논문 최종 심사를 마치고 나니, 지도교수님과 조금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조금 더 인간적으로 친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굉장히 컸었다. 물론, 대부분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도 지도교수님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어쨌든 나는 박사과정을 마쳤고, 논문을 썼고, 학위를 받았고, 심지어 직장까지 얻었다. 내가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지도교수님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는가는 별개로, 내가 했던 연구의 단서가 되는 기초 아이디어는 모두 지도교수님이 내게 던지셨던 수많은 이야기 중에 들어있던 것들이었고, 나는 단지 그 중에 내 마음에 드는 것을 몇 개 골라, 연구를 했고 논문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나는 내가 잘나서 연구도 하고 논문도 쓰는 줄 알았건만, 지나고 보니 내가 박사과정 동안 배운 대부분의 것들은 지도교수님께 배운 것들이었다. 좋은 연구 주제를 찾는 법, 논문을 쓰는 방식, 발표를 하는 방식, 발표 자료를 만드는 방식, 연구와 그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 등 한 명의 학자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도교수님을 보고 배웠던 거다. 마치 아이가 혼자 크는 것 같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님께 배우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는 것과 같다. 물론 아이도 자기 혼자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성장을 하지만, 출발점은 항상 부모님을 보고 배운다. 나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그 때 마다 내 기준과 참고자료는, 좋았건 그렇지 못 했건, 내 지도교수님이었던 거다.
가장 가까이에 내가 하는 연구 분야에서 세월을 보내고 노력을 하여 성과를 거두어 한 명의 학자로 자리를 잡고 계신 분이 계신데, 왜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이야기 하고 더 많이 배우지 못했는 가에 대한 후회가 있다. 지도교수님의 학문적 성과의 높고 낮음과, 그 분이 어떤 유형의 사람이었는가와는 별개로, 그 자리에 계신 것 만으로도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을텐데하는 후회가 있다. 박사과정 학생으로 내가 가졌던 고민들을 그 분도 똑같이 하셨을 테고, 내가 철없는 대학원 1년차로 시작해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며 한 명의 학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며 보냈던 과정들을 그 분도 똑같이 보내셨을테고, 나 같은 학생들을 여럿 지도해본 경험이 있으신데,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한명의 연구자로써 이제 막 진짜 내 연구를 시작하려는 나와는 달리, 그 분은 이미 그 분야에서 자리잡고 성공하신 분이 아니던가. (내 지도교수님은 연세를 넉넉히 드신 정교수님이셨다.)
대학원생이던 나는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하고 학위를 받는 것에 마음이 바빠서, 내가 하는 연구와 관련하여 내 눈앞에 닥친 문제 해결에만 관심이 있어, 그것에 대한 질문들만하고 토론을 했을 뿐 그 보다 좀 더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지 못 했다. 예를 들면, 연구라는 것은 도대체 뭘 하는 것이 연구인지, 좋은 연구는 무엇인지, 내가 하는 연구들, 그리고 그 연구들을 하기 위해 내가 하는 행위들이 어떤 의미인지, 학회에서는 뭘 배울 수 있는지, 학회라는 건 왜 있는 건지, 내가 대학원에 있는 동안 어떤 것들을 배우고 고민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묻지 못 했다. 대학원생으로 있는 동안 별 탈 없이 과정을 마무리 했고, 논문도 썼고, 시키는 일도 큰 문제 없이 잘 처리 했고, 직장도 얻었으니, 나는 꽤 좋은 “학생”이었던 것 같기는 하나, 진정으로 “제자”인 것은 아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졸업을 하고 직장을 얻어 교수로 첫 일년동안은, 정신도 없고 너무 바쁘다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나는 아주 시간이 많았으며 내가 해야 할 일들도 별로 없었다. 박사과정을 보내면서 덜 배웠던 탓인지, 뭘 할지 몰랐던 거다. 졸업하기 전 박사 말년차를 보내고 있을 때, “내가 쓰기만 하면 논문이 된다”라는 자신감에 불타올랐었다. 논문도 여러편 써봤고, 여러가지 논문이 될 법한 주제들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고, 내 분야에서 사용하는 여러가지 연구방법론들도 친숙했었다. 그런데 막상 졸업을 하고 나서 이제 정말 내 연구를 하고자 하니, 뭘 해야 할 지를 몰랐었다. 그래서 첫 일년을 거의 멍하니 있으며 보냈다. (물론, 그 첫 일년 동안 했던 여러가지 고민들이 지금 내가 하는 연구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첫 일년동안 실제로 뭔가를 했던 것은 아니다.) 졸업을 하고서도 간간히 지도교수님과 연락을 하며 여러가지 조언을 구하긴 했지만, 학생 때 처럼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대부분의 분야와 학교에서 박사학위의 이름은 Ph.D., 즉 Doctor of Philosophy 이다. 철학박사. 결국 생각을 많이 해 보고, 그 생각을 잘 정리할 줄 아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박사학위라는 말이라고 나는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사소하거나 중대하거나를 떠나서 박사과정동안 내가 가졌던 여러가지 생각들에 대한 물음을 왜 내 지도교수님께 더 많이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모르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을 잘 하는 편이라고 내 스스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지나고 보니 지도교수님께 질문하고 대화하지 못 했던 것들이 많더라는 거다. (너무 많이 질문하고 의견을 구했더라면, 지도교수님께서 나를 피곤해 하여 귀찮아했을 거라는 생각도 번뜩 스치긴한다.)
지도교수님을 너무 어려워 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든다. 지도교수는 대학원생에게 절대적이기 까지는 않지만 그에 가까운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논문을 학술지에 제출할 때도 지도교수의 마지막 허락이 있어야 제출할 수 있고, 학회에 참석하는 것, 연구방향을 정하는 것 등 여러가지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결정적으로 학생이 졸업하고 안 하고는 지도교수가 우선 허락을 해야 한다. 사실 나는 대체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며 박사과정을 보냈다. 물론 막무가내였다는 말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내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했던 적이 많았다. 내 지도교수님은 농담삼아 내가 “stubborn” 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도교수님을 편하게 대하지는 못했다.
지도교수님을 좀 더 편하게 대했으면 하는 후회가 있다. 쉽게, 혹은 함부로 대했으면 하는 게 아니다. 학문 선배로써 뿐만 아니라, 인생 선배로써도 여러가지 질문도 하고 대화도 하고, 그 분과 인간 대 인간으로써 더 친분을 쌓으며 교류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도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너무 느슨하면 그것도 크게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선에서, 인간으로써 그 분을 이해하고, 학자로 살아가는 게, 교수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한 것도 그 분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학원에서 보내는 5년여의 시간은 학문과의 교류이기도 하지만, 지도교수와의 교류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도교수님과의 교류에 좀 더 진중하고 충실했을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지도교수는 “학문적 아버지”라는 말에 아주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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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1. 지도교수님이 좋든 싫든, 관계가 좋든 그렇지 않든, 학문의 후배로써, 인생의 후배로써, 그 분을 이해하고 그 분께 배우려고 노력하기를 권하고 싶다. 어찌됐건 그 분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지 않나.
덧붙임 2. 혹시 몰라서 덧붙이자면, 내 지도교수님은 건강히 잘 살아 계시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다. 내가 졸업하고 나서, 더 활발히, 더 성공적으로 지내고 계신 것 같다. 아마, 내가 졸업했기 때문 일 듯 하다.
지도교수가 나이가 많아서인듯.
확실히 나이 차이 얼마 안나는 조교수하고는 관계가 내 글 처럼 되지는 않을 듯 하네.
석사과정 어영부영하다가 결국은 논문 완성도 못 하고 한 학기 연장하고있는 잉여인생입니다.
제가 여태 뭘 잘못했던건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
아마 다른 글에 다신 댓글인 듯 한데, 어쨌든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뭐든 지나고 나면 후회스럽고 또 기억은 미화되는거야. 아마 그때로 다시 진짜로 돌아간다면 글 내용처럼 하기 싫어질지도 몰라. ㅎㅎㅎㅎ
그럴지도 모르죠 ㅎㅎㅎ 사실 저 이야기는, 디펜스 마치고 디펜스 파티 할 때 했던 이야기에다가 살 붙인 이야기입니다.
정운이형 후배 조지아텍 정태수입니다. 권교수님 블로그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언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정태수 박사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언제든지 연락 주시고요, 또 학회 같은 곳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예.. 답글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이제 석사를 마친 학생입니다…
연구결과가 잘 나오지않은 이유로 떳떳하지못해
교수님과의 관계를 완전히 망쳐놓고 졸업했습니다…
대학원 입학전에 이글을 읽었더라면 지금처럼 후회하진 않을거같네요ㅠ
취업을 포함하여 앞으로의 많은 일들이 걱정입니다
지금이라도 이메일 같은 걸로 마음을 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제가 학부를 다닐 때, 어떤 교수님과 개별연구를 하기로 해 놓고, 연구에 흥미도 못 붙이고 결과도 안 나오고 해서, 도망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연락을 안 드리다가, 몇 년 뒤에 연락을 드릴 일이 있어서, 죄송한 마음, 후회하는 마음을 표현을 했더니, 그 교수님께서 젊을 때는 누구나 다 실수도 하고 방황을 한다며 따뜻한 말씀 전해 주시더군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이메일 보내야지보내야지 하면서 꽤 오랜기간 망설이고있는 중입니다..
우선 죄송한 마음부터 표현해야할듯 하네요.
글을 접할 때마다 훌륭한 지도교수님을 가지셨나 보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 말년차지만 저로서는 지도교수님께 저 만큼의 연구에 얽힌 영감이란걸 받아본 적이 없어서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아마 박사학위를 마치시고 나면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학위 기간 중에는 지도교수한테 별로 배운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새 여러가지 일에 휘말리면서 컴시험 준비하는 과정인데, 위로가 될만한 글이 있나 싶어 들어왔어요. 그냥, 복종스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교수의 봉이 된거 같아서 너무 힘들어요 ㅠㅠ
어떤 상황이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쩔때는 교수의 입장에서 관계를 바라보기도 해보고, 제3자의 입장에서 남의 일인양 바라보는 것도 현재 상황의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의 봉이 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네요.
미국서 한국 지도 교수님 밑에서 Ph D 디펜스 마치고 논문 최종 수정 중에 있습니다. 최근 1년 정도 교수님이 좀 이상하다 할 정도로 심하게 몰아 부치셨습니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디펜스 하고 나서 교수님하고 저널 논문 두편을 내는 동안에 정말 이 분은 나를 개인적으로 싫어 하시는가 하는 의문이 너무 많이 들 정도로 마음 상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많었습니다. 크다면 큰 잡 잡는 일 부터 작다면 작은 표현의 문제 까지.. 저희는 물론 전부 영어로만 의사 소통을 합니다. 이제 곧 학교를 떠나는데 교수님과의 관계가 좋게 마무리 되지 않을거 같습니다. 제가 여러번 교수님께 다가 갔는데 반응이 너무 차가우셔서 이제는 지치기도 하고, 제 미래에 대해서도 전혀 조언도 안해 주셔서 섭섭한 마음이 크기도 합니다. 사실 랩에 있는 학생들 중 저 만 내쳐져 있는 상태 입니다. 펀드도 프로젝트 엔드데이트에 마춰서 바고 끊으시고요. 저는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교수님의 굉장히 좋아 하고 존경합니다만 제 행동에서 그런것들을 보시지 못하셔서 그런거 같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교수님방에서 만나는게 상당히 힘듭니다. 지혜롭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으로서 교수님으로서 조언 해주실 수 있으신점이 있으신가 해서 적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런 종류의 상담글(?)은 항상 어렵습니다. 제가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같이 부둥켜안고 하소연하는 것을 바라실 것 같진 않기에, 항상 교수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느낀 점을 알려드릴 수 밖에 없네요. 어쩌면 조금 냉소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우선 펀드는 프로젝트 엔드데이트에 맞춰서 끊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났는데, 다른 펀드가 있어서 학생을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인 일이겠지만, 지도교수님의 펀드 사정이 안 좋으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요. 디펜스 마치고 논문 최종 수정 중이시라니 이제 곧 졸업하실 것 같은데, 떠나는 마당에 펀드를 더 주고 말고 할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수님이 지난1년간 열심히 몰아부치셔서 디펜스도 잘 마무리 되신 것 같고, 논문도 두 편 쓰셨고, 프로젝트를 통해서 지원도 받으신 것 같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래에 대해 조언을 주시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위에서 이야기하신 것을 보면 잡 잡는 일에 대해 지도교수님께서 이런 저런 말씀도 해주신 것 같습니다만… 제가 볼 땐 아주 훌륭한 지도교수님을 두신 것 같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지도교수님이 자신의 펀드 상황도 보고 학생 상황도 보고, 질문주신 ‘박사 말련차’님을 열심히 몰아 부쳐서 저널 논문도 쓰게 하시고 빨리 빨리 디펜스도 할 수 있게 도와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펀드가 없는데 학생이 졸업을 안 하고 있으면 여러가지로 곤란해지니까요. 아마 교수보다는 학생이 더 곤란하겠지요.
글을 주신지 한 달 정도 지났으니, 지금쯤이면 문제(?)가 잘 해결되었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다면 제 답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일본은 말도 못합니다……. 현대판 주종관계는 대학원에도 있구나, 싶고 여긴 지도교수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일본은 박사논문 못쓰고 돌아오는 유학생이 가장 많다고 들었을때 이미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내 발등 내가 찍었다는……….
일본은 전혀 경험해 보지도 들어보지도 못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도제식’이라는 게 그런건가보네요. 좋은 타협점을 잘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박사과정생이 유의했으면 하는 글을 읽고 두번째로 이 글을 보게 된 석사디펜스를 마친 학생입니다. 이 글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 저도 마지막에 그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해지 못했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떠나게 될텐데… 지도교수님께서 제가 처음 석사학위에 들어올때부터 자주 하시던 말씀이 ‘그건 개인적인 사정이고’ 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다 보니 그 말이 제 마음 속 깊숙히 이미 억압이 되어있었던 것인지…저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심지허 연구에 있어서도, 중간과정에 힘들었던 점을 편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었네요. 학부는 다른 학부를 나왔었는데, 그 곳에 교수님과는 오히려 편하게 아버지와 같이 지냈었습니다. 저희 교수님께서 젊어서 그러신 것일까요. (사실 그렇다고 아주 젊은 것도 아니십니다.) 제가 문제인 것일까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다 끝나가는 과정이지만, 연구에서든 개인적으로든 사실 상처를 받았던 사실들과 제가 힘들었었고, 또는 교수님께 감사했었고 이러한 과정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만약…그렇지 않으면 정말 졸업 후 남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개인적인 선물조차 부담스러워하시던 저희 교수님인데…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졸업 후에 그때는 이러하였다 라는 식으로 털어넣는 것이 더 좋은 것일까요. 많은 고민이 되네요.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을 돌봐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교수 역시 학생이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어려움은 — 점점 잊긴 하겠지만 —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그 돌봐주는(?) 선이 어디 까지 인가 하는 겁니다. 경험이 많은 노련한 교수님들은 관계를 잘 설정할 수 있지만, 저처럼 경험이 모자란 교수들은 그 선이 고민이 됩니다. 특히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에는 함께 연구도 하고 프로젝트도 해야 하는 업무적인 관계와 스승-제자의 관계가 공존합니다. ‘선’이 어디냐 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이지요.
학부에서 알고 지낸 그 교수님의 지도로 석사연구를 같이 하셨다면 그 교수님이 다르게 보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학부생으로 만나는 교수님과는 스승-제자 관계만 있기 때문에 단순하지요. 다른 이해 관계가 없으니 편하게 지내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지도교수님과 교류 하는 것과 지도교수님께 의존 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제가 지나가는학생님의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힘든 마음을 지도교수님께 의존 하고 기대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 어쨌든 지금은 디펜스도 하셨고 아마 졸업도 하셨을 것 같네요. 졸업 후에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시면서 마음을 좀 정리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교수님과 대화를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늦게 답변을 보았네요. 어쩌면 정말 기대고 싶었던 것이었을까하는 고민이 되네요. 현재 원하는 곳 취업도 되었고, 이제 교수님과 털어놓으면서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을것같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막 석사 1학기 절반 쯤을 보내고 있는 학생입니다. 2달전 지도교수 선택을 고민하면서 읽었던 글인데 다시 읽고 싶어서 구글에서 ‘지도교수 후회’로 검색하고 들어왔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연세가 적긴 하지만 저도 인간적인 교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히려 학부때 친했던 교수님들과는 편하게 메일을 주고 받는데,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중요한 지도교수님과는 아직… ice breaking이 잘 안 되네요.. 제 경우엔 교수님께서 젊은 편이신데(거의 띠동갑 쯤 되네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컴공 석사3학기.. 이제 논문 예심 본심 준비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교수님 산학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하고 논문 관련 연구도 열심히하는데 교수님이 내 노력을 몰라주신다? 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학부 2학년 때 부터 연구생 생활..) 참..ㅋㅋ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봤던 것 같아요. 나를 몰라준다는 마음에 교수님이 미울 때도 있었는데 뭐 그분의 삶이 있으니. 저도 교수님과 인간적인 교류를 더 하고 싶네요. 제가 교수님을 어려워하면 어려워할수록 멀어지는 것 같아요. 석사 생활이 끝나기 전에, 이 글을 보게 되어 기쁩니다:)
필로스 +소피아 = 지식/지혜를 사랑하다^^ 머 좀 살다보면 돈옆집 아줌마 “돈”에 눈길이 가기도하지만, 영원히 우리곂에 남을것이 “소피아” 임을 알기에 난 과감히 선택했다.
글이 좋아서 남기고 갑니다. 박사과정 유학 중인데 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하신 많은 글 올려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