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뉴욕 지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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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아마도 뉴욕(New York)일거다. 이 도시의 이름은 왜 ‘New’ York일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뉴욕은 문자 그대로 새로운 요크(York)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도시는 영국 사람들이 네덜란드 사람들을 몰아내기 이전까지는 뉴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이라고 불렸다. 당연히 네덜란드 사람들은 Nieuw-Amsterdam이라고 네덜란드어(Dutch)로 불렀을 거다. 지명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이 글은 역사, 지리, 언어 지식이 미천한 이가 그저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여기저기서 모은 것에 불과하다.)

1. 뉴암스테르담

뉴암스테르담이라는 지명은 당연히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을 딴 이름이다. 왜 하필 이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1608년 영국인 헨리 허드슨(Henry Hudson)이 네덜란드의 지원으로 항해를 하고, 맨하탄 지역에 도착을 한다. 그리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네덜란드의 식민지, 뉴네덜란드(New Netherland 또는 Nieuw-Nederland)가 생겨난다. 네덜란드의 식민지 뉴네덜란드의 수도 이름은 자연히 뉴암스테르담이 된다.

2. 허드슨강

허드슨강(Hudson River)의 이름은 방금 이야기가 나온 영국인 헨리 허드슨의 이름을 딴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허드슨 본인은 그 강을 처음에 모리셔스강(Maritius River)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당시 네덜란드의 통치자였던 오라녜 공작 마우리츠(Maruice of Nassau, Prince of Orange 또는 Mauritz van Nassau)의 이름을 딴 것이다. 후에 정착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냥 단순히 North River라고 불렀다. 언제부터 허드슨강이라고 불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3. 뉴질랜드

잠깐 샛길로 새서, 뉴질랜드(New Zealand)의 이름을 짚고 넘어가자. 뉴욕이나 뉴암스테르담의 경우에는 작명의 기준이 된 원래 도시들이 유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쉬웠지만,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도대체 질랜드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적어도 질랜드라는 지명이 한국의 중학교/고등학교의 세계사 교육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1642년 네덜란드 탐험가가 뉴질랜드를 발견 했을 때는 남아메리카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Staten Landt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Staten Landt’는 구글 번역에 의하면 영어로 ‘States Lands’라고 하는데, 아마 그저 ‘우리땅’ 정도로 번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그 뒤 1645년에 Nova Zeelandia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른다. 네덜란드의 한 지방 이름인 질란트(Zeeland)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뒤,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쿡이 뉴질랜드(New Zealand)라고 영어식으로 이름을 고친다. Nova Zeelandia는 라틴어 표현인 듯 하다.

4. 뉴홀랜드

질랜드(Zeeland)는 현재 네덜란드의 12개 주(Province) 중의 하나이다. 네덜란드의 지방 이름 중 아마 가장 유명한 이름은 홀랜드(Holland)일 것이다. 네덜란드어 발음은 홀란트. 북쪽의 노르트홀란트(Noord-Holland)주와 남쪽의 자위트홀란트(Zuid-Holland)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뉴질랜드가 있는데 그러면 뉴홀랜드는 없을까? 있다. 지금 우리가 호주 또는 오스트레일리아라고 부르는 곳 역시 네덜란드인들이 1644년 처음 도착 했을 때 Nova Hollandia라고 불렀다. 그 뒤에 영국인들이 도착하고 오스트레일리아라고 부른다. 네덜란드에서는 19세기 말까지 계속해서 Nieuw-Holland라고 불렀다고 한다.

5.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라는 뉴홀란드보다 사실 더 오래된 이름이다. 로마제국 시절에 ‘미지의 남쪽 땅’이라는 뜻으로 Terra Australis Incognita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존재를 알고 그렇게 불렀던 것은 아니고, 북반구가 있으니 남반구가 있을 꺼고 거기에도 분명히 땅이 있을거라는 가설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라틴어 Australis는 남쪽이라는 뜻이다.

6. 뉴욕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자. 1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이 1654년에 끝나고 네덜란드가 평화롭게 지배하고 있던 뉴암스테르담에서 1664년 영국이 위협을 가하고 뉴네덜란드는 영국에 항복한다. 이로 인해 2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이 1665년 발발하고, 여차저차해서 뉴암스테르담은 영국으로 편입되고, 뉴욕(New York)이라고 이름이 바뀐다. 이 새 영국식 이름은 요크공작(Duke of York)의 이름을 딴 것이다. 요크공작이라는 작위는 잉글랜드(England) 군주의 둘째 아들에게 보통 주어진다. 1665년 당시의 요크공작이었던 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uart)는 후에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를 지배하는 왕이 된다.

그러면 이 도시의 이름은 왜 단순히 요크(York)가 아니라, 새로운 요크일까? 그것은 당연하게도 영국에는 이미 요크라는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요크는 중세에 북부 잉글랜드의 중심 도시였고, 아마도 요크공작이라는 작위는 요크 지방의 영토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아무튼, 요크라는 지명이 원래 있었기 때문에 뉴욕이라는 이름을 쓴 것 같다.

1673년 3차 영국-네덜란드 전쟁 도중에 네덜란드가 뉴욕을 잠시 다시 빼앗고, New Orange(네덜란드어로는 아마도 Nieuw-Oranje)라고 불렀다. 네덜란드 왕가의 이름이 Orange-Nassau이다.

7. 알바니

제임스 스튜어트는 요크공작임과 동시에 알바니공작(Duke of Albany)였다. 알바니공작이라는 작위는 요크공작에 해당하는 스코틀랜드의 작위 이름이다. 스코틀랜드 군주의 장남이 아닌 다른 아들들에게 주는 작위였다고 한다. 뉴욕주(New York State)의 주도 이름은 알바니(Albany)라고 하는 도시이고, 이 이름은 당연히 알바니공작, 그러니까 요크공작이기도 했던 그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러면 요크공작의 이름을 따서는 뉴욕이라고 불렀는데 왜 같은 사람의 비슷한 작위였던 알바니공작의 이름을 딴 도시의 이름은 뉴알바니가 아닐까? 먼저 알바니라는 이름의 뿌리를 찾아보자.

알바(Alba)라는 지명은 지금의 스코틀랜드와 비슷한 범위의 지역을 부르던 스코틀랜드 게일어(Scottish Gaelic) 표현이었다. 이 지역은 중세에 알바니아(Albania)라고 불렸다가, 알바니(Albany)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 알바니라는 표현은 스코틀랜드 왕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스코틀랜드라고 불렀다. 그래서 알바니공작이라는 작위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알바니라는 지명은 사용되지 않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뉴욕주의 주도인 알바니라는 도시 이름은 ‘새로운 알바니’라고 부를 수 없다.

잠시, 샛길로 새서 요크공작과 알바니공작을 같은 사람이 받게 된 사연을 보자. 1502년에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4세( Stewart 왕가)는 잉글랜드 국왕 헨리 7세(Tudor 왕가)와 평화협정을 맺고, 헨리7세의 딸 마거릿(Margaret Tudor)과 결혼을 한다. 그 사이에서 제임스5세가 태어난다.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4세는 잉글랜드 국왕 헨리8세(마거릿의 남동생, 그러니까 처남)와 충돌하게 되고, 전쟁을 하다가 죽게 된다. 제임스5세가 스코틀랜드 국왕에 즉위하고, 헨리8세와 다시 전쟁을 하다 1542년 사망한다. 제임스5세는 태어난 지 일주일 된 딸 메리 스튜어트(Mary Stuart)를 남겼고 갓난아기 메리는 스코틀랜드의 여왕에 오른다. 어머니가 섭정을 하는 동안, 메리는 프랑스로 가게 되고, 프랑스의 왕태자와 결혼하여 프랑스의 왕비에 오른다 — 제임스5세는 프랑스의 귀족과 결혼했었다. 프랑스 왕이었던 남편이 죽은 뒤 메리는 다시 스코틀랜드로 돌아오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은 여차저차하다 아들 제임스를 낳았고, 스코틀랜드의 내부 권력 투쟁의 결과로 당시 1살이었던 아들 제임스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된다. 제임스6세가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

잉글랜드 국왕이자 아일랜드 국왕이었던 헨리8세의 사망 이후에 그의 딸 메리(Mary Tudor)가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참고로 이 메리는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Mary Stuart)와는 다른 사람이다. 잉글랜드 여왕 메리 사망 후에는, 배다른 여동생 엘리자베스(Elizabeth Stuart)가 여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잘 알려진대로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손도 남기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죽고 난 뒤, 당시 스코틀랜드의 왕이었던 제임스6세는, 잉글랜드 국왕의 자리에 오른다. 아마 왕위 계승 서열을 따지다 보니, 스코틀랜드로 시집간 마거릿의 자손이었던 제임스6세에 까지 오게 되었나 보다.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6세는, 이제 잉글랜드, 아일랜드의 국왕의 자리를 제임스1세로써 물려받았다. 이 사람의 아들이 찰스1세이고, 이 찰스1세의 둘째 아들이 바로 뉴욕과 알바니의 도시 이름과 관련있는 요크공작이자 알바니공작이다.

8. 뉴암스테르담

뉴암스테르담이라는 이름이 뉴욕주에 아주 잠깐이나마 다시 등장한다. 1776년 미국이 독립한 이후, Theophilus Cazenove라는 부동산업자가 1798년 경에 지금의 뉴욕주 버팔로(Buffalo) 지역을 담당하게 된다. 이 사람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인이었는데, 자기가 관리하던 지역을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지역 주민들은 그 이름을 좋아하지 않아서 1800년에 버팔로라고 부르기로 했고, 1808년에 공식적으로 승인이 된다.

9. 버팔로

버팔로라는 도시 이름은 그 지역에 흐르는 강인 버팔로 크릭(Buffalo Creek)에서 따온 것이다. 버팔로 크릭이라는 이름은 1780년경부터 사용되었는데, 어떻게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여러가지 가설이 있다.

– 소 이름: 버팔로는 아메리카들소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아메리카들소들이 살았을 거라는 설과 그렇지 않았을 거라는 설이 다 있다. 실제로 아메리카들소가 많이 살아서 버팔로라는 이름이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고, 그저 아메리카들소가 많이 살겠거니 하는 선입견으로 이름을 사용했다는 가능성도 있다.

– 잘못된 발음: 버팔로 크릭의 주변에는 참피나무가 빼곡한데, ‘참피나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인디언 단어가 잘 못 발음되어 버팔로가 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하지만 그 단어는 ‘테우슈와’, ‘테오샤웨이’, ‘도슈와’ 등으로 발음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버팔로와 비슷하지는 않다.

– 프랑스어1: 프랑스어로 ‘beau fleuve’는 ‘beautiful river’를 뜻한다. 프랑스 군인들이 이 지역의 나이아가라강(Niagara River)를 보고 이렇게 표현했다고 하는 설이 있다.

– 프랑스어2: ‘boeuf a leau’는 ‘물가의 소’를 뜻한다. 이 프랑스어의 발음이 버팔로로 변형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그리고, 가까운 지역에 있던 프랑스군의 기지 이름이 ‘Fort Le Boeuf’였다고 한다.

– 인디언 이름: 버팔로 크릭 강가에 살던 한 인디언의 이름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다. 그 인디언의 이름은 ‘데기야고’였는데, 그 뜻은 아메리카들소, 즉 버팔로이다. 그 인디언은 강가에 참피나무 오두막을 짓고 고기를 잡으며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인들이 버팔로의 크릭(Buffalo’s Creek)이라고 부르던 것이 버팔로 크릭(Buffalo Creek)이 되었다는 설이다.

10. 버팔로

어찌됐건, 뉴욕주 서쪽에 있는 버팔로라는 도시의 이름은 아메리카들소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아메리카 들소의 이름은 왜 버팔로인가? 버팔로는 프랑스어로 ‘소’를 뜻하는 ‘boeuf’에서 온 것이 확실해 보인다.

11. 버팔로 윙

미국의 음식 중에, 닭날개를 튀겨서 시큼한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있다. 버팔로 윙, 버팔로 치킨 윙, 핫 윙 등으로 불린다. 당시에 닭날개는 잘 먹지 않고 버리던 것인데, 버팔로의 앵커바(Anchor Bar)라는 식당의 주인이었던 테레사 벨리시모(Teressa Bellissimo)가 개발한 음식이다. 앵커바는 지금도 버팔로 시내에서 영업 중이다. 버팔로 주민들은 이 음식을 wings 혹은 chicken wings라고 부르고, Buffalo wings라고는 잘 부르지 않고, hot wings라고는 절대로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12. 뉴버팔로

미시건주에는 뉴버팔로(New Buffalo)라는 도시가 있다. 1834년에 Wessell Whittaker라는 사람이 그 지역에 정착했는데, 이 사람의 고향은 뉴욕주의 버팔로였고, 그 이름을 따라 뉴버팔로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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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Michigander, says:

    미시간에는 holland라는 도시가 있습니다….ㅎㅎㅎ 물론 네덜란드 출신들이 세웠지만요…

  2. Anonymous says:

    뉴질랜드의 질랜드는 원래 네덜란드의 Zetland를 영어식으로 바꾼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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