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이 여름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버팔로에서 탬파로 이사가고 이직하던 시기이다. 베를린에서 열렸던 TSL Workshop에서는 장영재 교수님을 처음으로 만나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와 연결고리가 생기기도 했다.

버팔로에서 많은 추억을 함께 쌓은 김진수 선생님의 초청으로 인천국제고와 인천과학고에서 세미나도 했다. 산업공학을 소개하고 고등학생들에게 도움될만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러 다녀왔다. 학생들 똘망똘망 질문도 잘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더라.

인천과학고 학생 하나가 있었다. 이 학생은 2학년이었는데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할지 고민이 많았더랬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하는 활동은 기계공학에 모두 초점이 맞춰져있었고 가족들도 선생님들도 기계공학을 권하고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산업공학에 끌리고 있었더랬다. 때마침 찾아온 세미나 연사가 기계공학을 학부에서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산업공학을 공부했단다. 질문을 했다. 나도 그렇게 전공 바꿔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학부에서는 기계공학을 대학원에서는 산업공학을.

2023년에 카이스트 부임해서 가르쳤던 대학원 과목에서 눈에 띄는 학생 하나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질문도 열심히 하고 내 질문에 대답도 열심히 하던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 하나가 있었다.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같이 연구할 좋은 학생들을 찾고 있던터라 지도교수님이 이미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일년이 지나서 2024년 가을에 연락이 왔다. 지도교수님께서 다른 학교로 이직하게 되면서 새로 지도교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이야기 해 본 다음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되는 시점 부터 내가 지도 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가 그 첫 학기다.

최근에 이 학생이랑 여러가지 이야기 나누다가 이 학생이 그 인천과학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로 기억이 희미했지만 그 당시 인천과학고에서 산업공학으로 진학한 학생은 자기 동기들 중에선 본인 밖에 없을 정도로 매우 드물었으며, 그 해 여름에 기계공학에서 산업공학으로 전공을 바꾼 연사가 나 말고 또 누가 왔을 것이며, 나도 비슷한 질문에 대답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나는 걸로 보아 이 학생이 질문을 던졌던 세미나 연사가 나였을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 때 그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어차피 돌아올거면 지금 왜 당장 하지 않느냐, 그냥 지금 하고 싶은거 해도 된다였단다. 이 대답이 너무 간결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같은식으로 가족도 설득할 수 있었단다. 그래서 대학에서 원하는 전공 공부하면서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단다. 내가 그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아마 이 학생은 그 때 이미 마음을 먹은 상태였고 누가 등 떠밀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마침 나였고.

인연이라는게 참 신기하다.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세상 좁다 또 한 번 느낀다. 고등학생들 만나서 이야기 하고 내 생각 전하던 활동이 이렇게 내게 다시 돌아와, 산업공학 박사과정 학생과 지도교수로 만났다.

결자해지의 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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