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름 짓기

얼마전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요즘 열심히 먹고 자고 하는 중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이름은 아내와 상의 하여 직접 지었다. 아이의 이름을 부모가 직접 짓는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기도 하지만 조부모나 가족 중 다른 사람이 짓는 경우도 있고, 작명소를 통해서 짓는 등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짓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람은 대개 두 가지 혹은 세 가지의 중요한 표기 방법으로 이름을 쓴다. 한글, 한자, 그리고 로마자. 그러다 보니,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기준을 고려하여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배운 것과 우리가 두 아이의 이름을 지으면서 고려했던 기준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뭔가 대단한 기준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정성이 들어간 이름

내가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기준은 부모가 정성껏 지은 이름이냐 하는 것이다. 이름을 짓는 데는 여러가지 기준도 많고 사람마다 나름의 이유를 대기도 하고 ‘성명학’이라는 이론까지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도 없거니와 많은 기준의 경우 믿기 어려운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직접 정성껏 지었냐는 기준에는 어떤 검증이 필요할까 싶다. 아래의 모든 기준들은 이 기준에서 파생된 기준이 아닌가 한다.

발음하기 쉬운 이름

쉽게 발음 할 수 있는 이름이 좋은 운명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사람들에게 쉽게 잘 전달될 뿐 더러, 발음도 부드럽다. 내 이름은 ‘권창현’이고, 로마자로는 ‘Changhyun Kwon’이라고 쓴다. 나는 내 이름이 좋은 뜻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 — ‘밝고 어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글로도 로마자로도 쉽게 읽고 받아 쓸 수 있는 이름은 아니다. 실제로 큰아버지께서는 한동안 ‘창연’이라고 알고 계셨다. 미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내 이름의 로마자 표기를 보고 제대로 ‘창현’이라고 발음한 (한국인이 아닌) 사람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 ‘창켠’ 정도로 발음하고 문서 따위에 내 이름을 옮길 때도 ‘Changyun’이라고 오기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 아이들의 이름은 발음하기 쉽고 단순한 표기를 가진 이름이었으면 했다.

성명학의 여러 이론 중 ‘발음 오행’과 ‘발음 음양’이라는 것이 있다. 발음 오행은 자음의 구성과 관련이 있고 발음 음양은 모음의 구성과 관련이 있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이고, 각 자음마다 다음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

  •   ㄱ, ㅋ — 목
  •   ㄴ, ㄷ, ㄹ, ㅌ — 화
  •   ㅇ, ㅎ — 토
  •   ㅅ, ㅈ, ㅊ — 금
  •   ㅁ, ㅂ, ㅍ — 수

내 이름 ‘권창현’의 경우 자음 진행이 ‘ㄱㅊㅎ’이므로 ‘목금토’가 내 이름의 발음 오행이 된다. 이 발음 오행이 상생이냐, 상극이냐에 따라 좋은 이름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목금토’에서 ‘목←금’은 상극이고 ‘금←토’는 상생이다. 발음 오행이 상생하는 관계에 있으면, 그 이름은 대체로 발음하기에 부드럽다. 받침 자음의 오행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복잡해지므로 나는 고려하지 않았다. 자음과 오행의 연결도 몇가지 다른 의견이 있다.

첫째 아이의 이름은 ‘권보민’이고 둘째 아이의 이름은 ‘권민재’이므로 각각 ‘목수수’, ‘목수금’이다. ‘목←수’와 ‘수←금’ 모두 상생관계에 있어서 두 이름 모두 발음 오행의 기준으로 상생이다. 두 이름 모두 발음의 진행이 부드럽다. 받침까지 고려하면 성씨인 ‘권’의 ‘ㄴ’받침과 그 다음 자음이 오행에서 충돌한다. 그래서 성씨와 이름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발음이 조금 투박하다. 받침의 발음까지 고려하면 이름 선택의 폭이 너무 줄어들어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과 이름이 모두 불리는 경우가 많지도 않고, 두 아이들이 한국에서 살게 될지 미국에서 살게 될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성과 이름이 저 순서로 불릴지도 확실치 않아 받침의 발음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모음의 경우에는 음과 양이 다음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

  • ㅏ, ㅑ, ㅗ, ㅛ — 양
  • ㅓ, ㅕ, ㅜ, ㅠ — 음

‘ㅡ’와 ‘ㅣ’의 경우에는 음성이라 보는 이도 있고 중성적인 모음이라 보는 이도 있다. 나는 중성으로 판단했다. 이름에서 음과 양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 좋은 이름이다. ‘권보민’의 경우에는 ‘음양◯’이고 ‘권민재’의 경우에는 ‘음◯양’이다. 이중모음인 ‘ㅐ’의 경우에는 음인지 양인지 잘 모르겠으나 ‘ㅏ’+’ㅣ’라고 보고 양으로 생각했다.

두 아이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로마자로도 이름을 지어야 한다. 가장 보편적인 로마자 표기를 따라 ‘Bomin’과 ‘Minjae’로 지었다. 국립국어원의 규정에도 부합한다. 한글 발음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미국인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물어보았다. 첫째 아이의 이름은 ‘보민’ 혹은 ‘보우믄’ 정도로 발음했고, 둘째 아이는 ‘민제이’라고 발음했다. 실제 한글 발음을 알려주고 따라하게 해보기도 했는데 두 경우 모두 꽤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계속 살게 되더라도 이름의 발음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겪을 것 같진 않다. 두 아이 모두 Jennifer, Paul 따위의 ‘영어 이름’은 짓지 않았다. 그래서 단순히 ‘Bomin Kwon’, ‘Minjae Kwon’이다.

뜻이 좋은 이름

세상 대부분의 이름에는 뜻이 있다. 한국 사람의 이름에는 더욱 뜻이 있다. 한자 이름도 짓기 때문이고, 순 한글 이름의 경우에도 그 뜻이 분명히 존재한다. 두 아이는 모두 한자 이름이 있다. 첫째 아이의 경우에는 ‘補珉’으로 ‘(옷을) 깁다, 남을 돕다’라는 뜻을 가진 ‘補’자와 ‘옥돌’이라는 뜻을 가진 ‘珉’자를 썼다. 둘째 아이의 경우에는 ‘旻渽’로 ‘(가을) 하늘’이라는 뜻의 ‘旻’자와 ‘(물이) 맑다’라는 뜻을 가진 ‘渽’자를 썼다. 첫째 아이의 이름의 경우 뒤에서 언급할 ’81수리’라는 원칙에 맞춘다고 한자의 뜻을 아주 자유롭게 고르지는 못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충분히 좋은 뜻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잘 돕는 옥돌같은 아이’라는 뜻이 있다. 둘째 아이의 경우에는 81수리를 적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한자를 골랐기 때문에 좀 더 마음에 든다. 가을하늘과 맑은 물이라니 너무 멋지다.

아래에 잠깐 언급할 여러가지 기준들에 비해 발음과 뜻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1] 이름은 결국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부르느냐 하는 것이다. 19세기 이전 한국 사회에서 이름은 주로 종이에 한자로 씌여지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 한자의 획수니, 부수니 하는 것이 중요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한자로 이름을 쓸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한자의 획수나 부수가 아이의 일생에 영향을 미칠거라는 이론은 이제 더 이상 믿기 어렵다. 한글의 획수도 마찬가지다. 한글 2벌식 키보드에서 대부분의 이름은 이제 2, 3 혹은 4타수 이다. 획수가 아니라 타수를 기준으로 뭔가를 정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이름의 뜻의 경우에는 그 이유가 명백하다. 사람들이 이름의 뜻이 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는 요즘은 아마 더 이상 이름의 뜻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듯 하기도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아이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노라 하면 언제나 어떤 뜻이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도 이름의 뜻을 이상하거나 별 의미 없이 지었을 경우에는 남들 앞에 이름의 뜻을 이야기 할 때 그리 자랑스럽진 않을 것 같다.

이 밖에도 놀림감이 될만한 이름은 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름에서 별명이 생겨나거나 이름이 놀림감이 되는 방식은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쉽게 예측할 수 있고 널리 알려진 이름들은 뺐다. 내 생각에 ‘보민’, ‘민재’ 모두 크게 놀림감이 될만한 이름은 아닌 듯 하다. 영어표기를 가지고 미국인 친구, 동료들에게 놀림감이 될만한 점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지만, ‘Bomin’이 ‘Bombing’과 연결될 지도 모른다는 조금 억지스러운 예측 외에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소민’은 예쁜 이름이지만 ‘Somin’은 확실히 좋은 이름이 아니다. ‘So mean’처럼 들릴 수 있다.

그 외의 것들

위의 것들 이외에 성명학에서 말 하는 여러가지 기준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사주팔자를 보완하는 한자 이름 — 사주팔자에 불이 많니 물이 많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그것과 관련이 있다. 아이의 출생 년월일시(사주)를 기준으로 8개의 오행(팔자)이 배정된다. ‘목화토금수’ 오행 중에서 8개가 골라진다. 이 여덟개의 기운 중에 모자란 기운이 있다면 그 기운을 가진 한자를 이름에 써서 보충해주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아이의 경우에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사주를 정해야 하는지도 정하기 어렵다. 한국표준시를 따라야 하는지, 미국 출생지의 표준시를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1시간 단위로 바뀌는 표준시가 아닌 실제 시각을 따라야 하는지 정하기 어렵다. 첫째 아이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아침 일찍 태어나 한국과 미국의 날짜가 같지만, 둘째 아이의 경우에는 오후 늦게 태어나 날짜 마저 다르다. 그래서 무시했다. 굳이 따져야 한다면, 내 생각에는, 그 아이가 살아갈 지역의 표준시에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지역의 표준시가 그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실질적인 시간기준이기 때문이다.
  • 81수 — 이름을 가지고 ‘초년운’, ‘청년운’, ‘장년운’, ‘말년운’의 운세를 따져보는 것을 접해 보았다면, 바로 이 것이다. 원래 이 81수라는 이론은 일본인 학자가 일본사람들의 이름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일본사람들의 이름은 대체로 한자로 4자이므로 각 글자가 초년, 청년, 장년, 말년의 운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자의 획수를 가지고 판단한다. 한국 사람의 경우에 이름의 중간글자와 끝글자의 획수를 합쳐서 초년운을 결정하고, 다른 두 글자 조합의 획수를 더해서 다른 운들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작명소 등지에서 이름을 지을 때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식인데, 쉽게 믿기 어려운 기준이다. 첫째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는 이 방식을 적용해서 한자를 골랐는데, 둘째 아이 때는 그냥 무시했다.
  • 한글 획수의 조화 — 한글 이름을 쓰는데 각각 몇 획 인지 따져 그 숫자를 가지고 음양과 오행이 조화로운지 본다.
  • 한자 획수의 조화 — 한자 이름을 쓰는데 각각 몃 획 인지 따져 그 숫자를 가지고 음양과 오행이 조화로운지 본다.

한글이든 한자든 정성스레 붓으로 이름을 쓰던 시대에는 획수의 조화(수리 음양, 오행)가 중요했을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것을 컴퓨터로 해결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별로 중요해 보이는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발음의 음양과 오행은 분명히 쉬운 발음인가 어려운 발음인가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모든 성명학 이론과 비교해서는 가장 과학적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성명학 책을 보면, 위에 나온 모든 기준들의 반례가 나온다. 이론에 따르면 좋지 않은 이름이지만 자기 분야에서 개가를 이룬 위인들의 이름들을 각 이론마다 여럿 제시한다. 그리고 오행의 경우에도 상생하는 것만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발음오행이 상생하는 이름의 경우에는 부드러운 발음이 가능하지만, 발음오행이 상극하는 강렬한 발음의 이름이 더 좋은 이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성명학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이론들은 그저 좋은 이름을 지을 때 참고할 만한 기준들이지 별로 믿을만한 것들은 아니다. 부모가 정성껏 이름을 지으면 될 일이다. 우리 아이 이름은 정성껏 지었으니, 좋은 이름이 분명하다.

이름을 지을 때 다음의 두 책을 참고하였다.

  1. 뜻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첫째 아이의 태명을 ‘똘순이’라고 지어 놓고 ‘똥순이’라고 읽은 것과, 둘째 아이의 태명을 ‘개똥이’라고 지은 것은 비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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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sponses

  1. Ian Kim says:

    축하드려요^^ 석사 과정 학생인데 집중이 잘안되서
    공부에 관해서 여러가지 검색하다 여기까지 오게되었네요^^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2. Anonymous says:

    제 이름이 ‘명인’이라고 ‘밝고 어질다’라는 이름이었던 적이 있었죠. 뭐, 부모님께서 이름이 나쁘다고 개명했지만요. ‘지창’이라고 ‘터 지, 창성할 창’을 씁니다. 뜻은 잘 모르겠지만…

    • 권창현 says:

      반갑습니다. 다른 발음, 같은 뜻의 이름이었군요. 현재 이름도 굉장히 좋은 이름이네요.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거나 큰 영감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바램이 담긴 이름이 ‘지창’이 아닐까요?

  3. 이석진 says:

    교수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얼마전 태어난 아가의 이름을 짓는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자.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제가 지은 이름을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 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이름이 다 달라 이건 뭐 의견 조율만 일주일을 넘어가는군요 ㅎ 부모가 정성을 들여 이름을 짓는건 좋으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잘 조절해야 좋은 시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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